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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 황금 대탐험(Jason and the Argonauts, 1963) - 레이 해리하우젠의 대표작 영화만 보고 사나

그간 퍼시픽 림의 헌정자 중 한분인 특수효과의 개척자이자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준 고 레이 해리하우젠의 영화를 몇 편 찾아봤어요. 마지막 작품인 타이탄의 멸망, 지구 대 비행접시 등. 물론 아직 더 봐야할 것은 더 있지만...

그 중에 고 레이 해리하우젠의 최고 작품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이 아르고 황금 대탐험이죠.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인가 했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소재를 가져온 것입니다.
제이슨은 살인마가 아니라 망한 왕국의 왕자출신인 주인공이고 아르고넛이라는 것은, 아르고라는 배의 선원들이라는 의미...
제이슨(이아손)과 아르고호의 모험은 신화의 네임드 인물들이 크로스 오버해서 함께 모험을 하는 그런 컨셉이라 어벤져스 비슷한 것이라 하더군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과 제우스를 필두로 한 신들은 워낙 개차반인 멘탈의 소유자들이라 줄거리는 별것 없고, 어찌보면 주인공들이 나쁜놈 같아서 그들의 모험이나 위기에 전혀 마음이 동화되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레이 해리하우젠 영화에서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은 실례 같더군요. 마치 퍼시픽 림에서 예거와 카이주의 싸움박질은 뒷전으로 하고 장대한 드라마를 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지... 

원래 레이 해리하우젠의 영화는 기발한 특수효과를 통한 당대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 같습니다.

iTunes 무비 스토어냐 블루레이냐...에서 그냥 과감하게 블루레이를 질렀습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이거든요. 특전이나, 피터 잭슨의 음성 해설 트랙같은 것은.
(그리고 전에도 본 영상 같은데, 유명 감독들이 레이 해리하우젠이 자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증언(?)하는 다큐멘터리 포함-신밧드와 일곱바다던가? 그것도 블루레이로 가지고 있는데 거기서도 거의 같은 내용같던데...)

어떤 놈이 전쟁으로 왕국을 접수하는데, 제우스는 "나중에 쫓겨난 왕자가 신발 한짝만 신고 돌아와서 너를 제거할 것이다..." 라는 신탁을 줍니다. 그래서 왕은 선수를 치려고 생각하던 중, 어찌하여 20년이 흘러 바로 그 왕자인 제이슨과 우연히 만납니다. 그리고 제이슨은 왕을 못알아봤지만, 왕은 신발 한짝에서 그가 바로 자신을 제거할 존재라는 것을 알고, "왕을 제거하러 가기 전에 세상을 좋게 만들어 준다는 신비한 아이템-황금 양털-부터 찾는 것이 어떠한가?" 라고 엉뚱한 퀘스트를 줍니다. 제이슨은 속아서(?) 파티와 장비를 챙겨 퀘스트에 나서게 되죠. 주요 장비인 배의 이름이 '아르고' 입니다. 그리고 아르고호의 선원중에는 헤라클레스(--;)등의 네임드가 참여하게 되지요.

제이슨의 뒤를 봐주는 사람신은 여신 헤라인데 제우스랑 '제이슨과 아르고호의 황금 대탐험'이라는 보드게임(!?)중입니다.
제우스는 역시(?) 제멋대로인데, 헤라에게 5번만 치트(제이슨에게 직접 신성개입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권한)를 써도 된다고 허용합니다. 근데 5번이래서 저는 중요 순간에 도움을 얻나보다 했더니, 5번은 아주 초반에 다 써버립니다(--;). 그리고 6번째 부터는 헤라가 이상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요. 그리고 퀘스트라는 것의 정당성도 문제인데, 남의 나라 가서 거기 국운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아이템을 털어오라는 것이죠. 한마디로 해적질...

근데 이런 설정은 신화에서 가져온 것이고, 사실 이 영화의 주요 의미는 황당무계한 신화속 장면을 레이 해리하우젠이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영상화시키느냐가 관건이므로, 큰 방해(?)는 안됩니다. 오히려 저런 황당함을 웃고 즐길 수 있다고 할 수 있죠.

제이슨과 아르고호는 영화 시작후 얼마 안되어 바다에서 길을 잃고 죽을 운명에 처하는데...
헤라가 여기서 (3번째 던가) 치트를 써서 어떤 섬에 갈 수 있게 됩니다. 섬은 신의 보물을 보관하고 병기를 만든다는 곳(크레타 섬이던가?)인데 그래서 먹거리와 물만 챙기라고 했지만, 역시 멍청한 헤라클레스가 섬을 돌아보다가 보물상자를 발견해서 "이게 왠떡이냐~" 하면서 금 브로치 핀(이지만 인간에게는 투창급) 하나를 주워서 나가는데...쪼잔한 그리스 신화의 신들에게 공짜란 있을 수 없죠. 

매우 압박스런 탈로스가 깨어나는 장면

...보물을 지키는 예거의 조상 탈로스를 깨우게 됩니다.

이 부분은 정말 개인적으로 레이 해리하우젠의 영화 중에 최고의 명장면이자, 60년대 영화인가 싶게 만드는 멋진 장면의 연속이더군요. 특히 스톱모션 특유의 움직이지 않아야 될 것이 움직인다는 비현실적 느낌과, 탈로스의 리얼한 청동 질감에 대비되는 매우 무표정한 얼굴 디자인(이게 굉장히 압박스럽습니다). 잘 보면 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긴 한데, 그래서 더 생물하고는 다른 무시무시한 느낌을 줍니다. 살아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거대한 사물이 움직여서 압박해 오는 그 느낌은 정말...

장면 하나하나가 탈로스의 거대함을 부각하도록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 봐도 놀랍도록 재미있는 장면이네요. 

요즘 기술로 매끄럽게 재현하면 그 맛이 없을 것 같은 장면입니다...


아무튼 어찌어찌 해서 탈로스는 신화 내용대로 격퇴하지만, 헤라클레스는 파티에서 이탈하고(다른 퀘스트가 주어질 것이라 하면서), 이후에 하피도 때려잡고, 바다에서 거대 인어(인어공주 아빠인가?)의 도움도 받고, 도중에 구출한, 제이슨에게 반한 적국의 무녀(제이슨 이야기의 여주인공이자, 실제 주인공보다 능력자라고 하던데)의 도움으로 황금 양털을 지키던 히드라도 쳐죽이고 해서 황금 양털을 훔쳐 달아나는데...황금 양털의 주인인 적국의 왕이 히드라의 이빨로 소환한 해골들과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이 해골들과의 전투는 워낙에 유명한 장면이라 설명이 그다지 필요할 것 같지는 않네요.

전작인 신밧드 시리즈에서 한번 해 본 해골 병사와의 대결인데, 여기서는 해골 병사가 여럿 등장합니다.
당연히 원래 배우는 혼자 원맨쇼를 하고, 나중에 레이 헤리하우젠의 마법으로 해골과 합성되었는데...
둘의 연계가 63년도 영화라고 생각이 되지 않게 상당히 매끄럽습니다. 요즘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이런 식의 아무것도 없는 그린 스크린 앞에서 원맨쇼를 자주 하겠지만, 그것의 원조격인 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액션의 합이 상당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서 유머러스하면서도 제법 박력이 있습니다.
(해골의 차림새에서 골든 엑스 생각도 많이 남)
 
보통 이 영화의 최대 명장면은 해골과의 대결이라고 하는데, 기술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저는 역시 거대한 탈로스 장면이 제일 좋더군요. 잠시 피터 잭슨의 트랙을 들어보니, 옛날에 뉴질랜드에서 방송국에 투고하면 보고 싶은 장면을 보여주는 뭐 그런 것이 있었대요. 피터 잭슨이 열심히 투고해서 바로 이 해골 전투 장면이 재방송된 적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피터 잭슨의 코멘터리에도 나오지만, 요즘 애들은 이 맛을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 애들이 보면 그저 엉성한 동작의 어설픈 아날로그 특수효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따져보면 CG도 실물이 아닐 뿐 근본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코멘터리에서도 그렇게 언급)...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저런 말도 안되는 미친 장면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조금은 트릭이 보이는 그런 아날로그 특수 효과의 맛(관객과 제작자가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속이고 속아주는 마술쇼)을 이해한다면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 될 재미있는 작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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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샘그레코 2013/09/21 10:11 #

    진짜 이 작품은 스톱모션 특수효과의 정점을 찍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는 모험영화이지요.
    전 이 영화를 초딩 꼬맹이때 KBS1TV에서 일요일 심야에 해주는 명화극장에서 봤는데요. 저 탈로스가 일어서는 장면에서는 놀라서 눈알이 빠질뻔 했습니다. 오오님의 말씀대로 올해 '퍼시픽림'을 봤을때의 그런 감흥을 느꼈던 영화이지요.
  • 오오 2013/09/21 15:03 #

    진짜 정점인 것 같아요.
    사실 81년작 타이탄의 멸망은 다소 약하더라구요.
    꼭 보고 싶었던 원조 크라켄도 탈로스의 얼굴부터 전해져 오는 프레셔에 비하면...

    현재 유명 감독들도 초딩 나이때 보고 충격받고 감독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 이전에 해리하우젠 역시 13살때 킹콩 보고...천직을 찾아낸 사람이고...)
  • EST 2013/09/21 11:41 #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탈로스가 나타날 때 이아손의 이루 말할 수 없이 과장된 표정 같은 것도 흥겹고...(음?) 스톱모션은 한 세대 전의 특수효과처럼 여겨지고 있긴 하지만, '실물이 주는 실재감'이라는 면에서 컴퓨터로 만들어진 이미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감각으로 다가오는 맛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말씀대로 정말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것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그렇고, 가까이 다가올 때면 혹시라도 닿을까 싶어 몸이 다 근질근질할 만큼 기괴한 불쾌함도 전해줬었고. 해리하우젠 작품들이 제법 국내에서 DVD로 발매된 터라 나오는 족족 사모으며 이 작품도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만, 결국 코드1번으로 구할 수 밖에 없었네요. EBS에서 방영할 때 녹화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 오오 2013/09/21 14:58 #

    탈로스를 처음 봤을 때 그 표정은...정말 흥겹죠.
  • 나이브스 2013/09/21 12:31 #

    옛날 스톱모션은 알면서도 참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데 요즘 CG는 알면 참 재미 없어지더군요.
  • 오오 2013/09/21 14:59 #

    요즘은 혼이 빠진 CG 효과가 많아서 그런가봐요.
    CG도 혼이 들어간 영상은 느낌이 오던데...
  • 잠본이 2013/09/21 14:15 #

    '심해에서 온 괴물'의 리도사우르스도 그 어색하지만 실재감 넘치는 스톱모션이 죽여줬죠.
    CG가 고급식당 파스타라면 스톱모션은 오래된 칼국수집 가서 국수먹는 맛(...?)
  • 오오 2013/09/21 15:02 #

    CG는 혼이 들어간 고급식당도 있지만, 그냥 인스턴트 정크푸드 수준도 있다보니...
    그리고 뭔가 관객도 같이 퀴즈 푸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어느게 진짜고 어느게 가짜고 어떻게 찍었을까? 이런거).
  • 동사서독 2013/09/21 17:51 #

    샘 레이미가 이블데드3에서 이 영화 속 해골군단 캐릭터를 가져오기도 했었지요.
    최근에 나온, 샘 워싱턴 주연의 타이탄 시리즈가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너무 매끈하게 움직이는 컴퓨터 그래픽 장면 때문에 오히려 이건 쫌~ 아니다 싶더라구요.
  • 오오 2013/09/21 20:10 #

    원작이라면 타이탄족의 멸망(1981) 아닌가요?
    물론 어차피 둘 다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하니 중복되는 요소가 있지만...
    타이탄족의 멸망은 다음 기회에 얘기하려고요.
    (그게 은근히 원작 무시하는 느낌이 드는 리메이크...특히 원작의 최강 사기 캐릭터인 부보를 그냥 잉여로 한장면만 출연시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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