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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정주행 12 -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 정주행 리포트

12탄 유어 아이즈 온리는 세계구급 스케일을 자랑하던 전작들에 비해 갑자기 스케일을 급 다운하고, 그와 동시에 인류 멸망 따위를 획책한다는 황당한 설정들을 배제해서 정상적인(?) 스파이물로의 회귀를 꾀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포스터는 한번 보면 잊기 어렵죠.
각선미를 자랑하는 여인의 다리 사이로 총을 겨누거나 (버전에 따라 슬금슬글 걸어가는) 본드...이 뇌쇄적인 포스터가 등급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는데 아무튼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 외에 좌우로 007답게 육해공 대모험을 벌이는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죠.

'포 유어 아이즈 온리'라는 것은 극비 문서 같은 걸 눈으로만 확인하라는 이야기인데, for를 뺐죠. 일본에서도 뺀 것 같네요.
정주행을 했다면 오프닝 이전의 프리 시퀀스가 가장 인상적인 007 영화일 것입니다. 옛날에 TV에서 봤을 때 전혀 이해가 안되었던 장면이었죠. 

갑자기 어떤 묘소를 찾은 본드...
그렇습니다. 6탄 여왕 폐하 대작전에 나온 결혼하자마자 죽은 본드의 부인인 테레사 본드의 묘소였습니다.
곧 본드는 호출받아 헬기로 이동하려 하는데 갑자기 헬기가 폭주합니다.

알고보니 휠체어에 타고 목이 부러진 것 같은 불쌍해 보이는 대머리가 이상한 목소리로 원격조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전작에 나온 듣보잡 악당의 잔당처리 정도로 생각되었던 장면이었는데 그게 알고보니 숙적 블로펠드였죠.
듣보잡으로 생각된 것은 연출때문이었는데, 계속 주절거리면서 본드를 괴롭히지만, 곧 헬리콥터의 컨트롤을 되찾은 본드에게 역관광을 당하고 굴뚝으로 버려져서 최후를 맞이하는데 끝까지 찌질거리며 죽거든요. 너무 없어보이는 최후였습니다. 당시 이런저런 판권 문제 등으로 더이상 스펙터를 영화상에서 사용하기 곤란해지자 사망처리해서 스펙터와 결별을 하는(지금 시점에서는 하려 했던...이 되었죠) 장면이라고 합니다.

동명의 주제가가 나오는데 시나 이스턴이 불렀습니다. 당시 인기가 상당했다고 전해집니다.

아무튼 세계구급 악의 무리 스펙터도 패망했고, 세계 멸망 또는 적어도 인류 멸망을 꿈꾸던 억만장자들도 골로간 평화로운 세상에서 이제 우리의 마성의 신사분은 무얼 해야 하나요? 

냉전을 배경으로 좀 평범한(?) 첩보물스런 사건이 터져 줍니다.

어선이 갑자기 폭뢰를 낚아서 침몰당하는데 그게 사실은 핵잠수함에 컨트롤 코드를 보내는 어선으로 위장한 선박이었고, 컨트롤 코드를 보내는 A.T.E.C. 이라는 기계를 회수하는 것이 이번 제임스 본드의 주 임무가 됩니다.

영국은 해저 유적 조사를 하던 고고학자 부부에게 조사 요청을 했었는데 그들은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살해 현장에 있었던 부부의 딸이 나오는데... 

긴 생머리에 고혹적인 눈빛을 지닌 미인입니다. 바로 본작의 메인 본드 걸 '멜리나'입니다.
저런 외모가 특히 한국에서 인기있을 것 같은 외모인데, 당시 꽤 인기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 같네요.

어쨌든 본드는 임무를 위해 이런저런 조사를 하며 용의자로 지목된 킬러에게 가 봤는데, 여기서도 비키니 풀 파티를 하고 있네요. 그리고 본드는 또 킬러 일행에게 붙잡힙니다. 그런데 킬러가 석궁에 맞아 사망합니다. 바로 멜리나가 원수를 갚기 위해 그런 것입니다.

이 여자 무섭네요. 아무리 부모의 원수라지만 (MI6급 조사 능력과 더불어) 비범하게도 스스로 처단하려 하다니...

아무튼 아마추어라 경차를 가지고 와서 추격전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마침 네임드 프로가 같이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탈출합니다.

미칠듯한 본드의 기억력으로 당시 킬러들을 지시하던 이상한 팔각 안경을 쓴 인물의 몽타주를 컴퓨터를 이용해서 떠 보니 '로크'라는 미친놈이 나왔습니다. 그를 추적하려 합니다.

그리스인 연락책인 '크리스타토스'라는 이를 만나는데 그는 '콜롬보'라는 어쩐지 구수한 이름의 밀수업자를 의심합니다. 그리고 크리스타토스는 아래 등장하는 피겨 스케이터의 스폰서이기도 합니다.


본작의 서브 본드 걸 '비비 달'입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비비쪽이 훨씬 인상적이었어요. 일단 진짜로 피규어 스케이팅을 하더라구요. 예상대로 선수 출신이라고 합니다. 운동선수답게 탄탄한 몸매도 기본이고, 설정상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멜리나와 대비되게 귀여운(척 하는) 캐릭터입니다.

근데 그 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본드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어떻게 해 보려고 하더라는 거에요. 설정상 미성년자인 데다가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피규어 스케이터 같은데 뭐가 아쉬워서 그런 노신사를?

더 충격은 본드가 얘의 대쉬를 이상하게 거부합니다. 홋을 훌렁 벗고 미리 침대에 들어가 있는데 본드는...

"옷이나 입어라,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이나 사줄테니"

이럽니다. 본드는 로리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오오 본드...그래도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노신사입니다.
그게 확실한 것이 정보를 캐내기 위한 것이었지만 콜롬보의 정부인 백작부인과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더라는 것...
(그 백작부인은 암으로 사망한 다다음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의 부인)

콜롬보를 의심해서 추적하던 본드지만 알고보니 콜롬보에게 혐의를 덮어씌우고 소련에 A.T.E.C.를 팔아먹으려 한 자는 (역시 마약 등을 밀수하던 친구이자 라이벌인) 크리스타토스였습니다. 본드 시리즈 치고는 처음 나오는 약간의 반전이네요. 콜롬보는 피스타치오를 아주 좋아해서 그런것이나 밀수하는 나름 착한(?) 인물이었습니다.

마치 6편에서 전 장인어른이자 유니온 코르스의 대부인 드라코의 도움을 받아 악의 본거지를 습격하듯, 이번에는 콜롬보의 밀수업자들과 함께 크리스타토스를 족치러 가는데...그 와중에 엄청난 스턴트를 보여줍니다.

그때 드디어 A.T.E.C.을 구매하러 오는 구매자가 등장하는데 반가운 얼굴(?)이...그분이 바로 8탄에서 XXX의 상관인 고골 장군님이었습니다.

크리스타토스는 처단했지만 고골 장군은 어떻게 할 것인가...본드는 A.T.E.C.을 절벽 아래로 버려서 대파시킵니다. 그리고 능글맞게 데탕트를 언급하며 "동서 화합의 시대이니, 우리도 당신네도 안가지면 됨" 이렇게 넘어갑니다. 헛고생을 한 고골 장군이지만 여유있게 웃으며 할수 없다는 제스쳐를 취하고 돌아가줍니다.

그 후 멜리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하는 본드...멜리나의 애완동물인 앵무새(앵무새가 의도치 않게 녹음(?)한 단서가 중요하게 사용되기도 함)가 대신 M에게 보고하는 사이 제목과 같은 대사를 하죠.

내 벗은 몸은 당신(본드) 눈으로만 보시라 이겁니다(관객들에게는 안보여주겠다는 것). 물론 딱히 벗은 몸이 끌리지는 않았어요...캐릭터 자체가 섹시 노선에서 좀 벗어나 있기도 하고

그리고 중반에 나왔던 몽환적인 해저 유적에서 수영하는 남녀 실루엣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전작의 황당무계함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많이 심심할 수도 있겠어요. 그런 경우 맨 앞부분 블로펠드의 어이없는 최후가 더 인상적이었겠죠. 의도적으로 줄여버린 스케일이지만, 007영화의 미덕이자 특징 중 하나는 오히려 매우 강화되었습니다.
육해공을 넘나드는 액션은 엄청납니다. 

이번에는 스키 액션은 물론, 블로펠드의 최후 공중 액션, 해저 액션, 해저에서 소형 잠수정끼리 대결하는 액션 등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게 준비했더군요.

특히 CG? 그런거 없던 시절이라 몸으로 때우는 스턴트가 많이 나오는데, (로저 무어의 안습한 격투가 아니라 대역이 출동하는) 그 장면들이 하나같이 후덜덜합니다. 가장 압권은 마지막에 절벽 위에 위치한 크리스타토스의 본부를 습격하는 암벽등반 액션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정말 아찔하더군요. 그리고 비키니 차림이던 백작부인의 최후(차로 치어버림) 역시 무시무시했어요(알고보니 대역이 진짜 부상당했다고).

마치 5탄 두번 산다 만들고 6탄에서 다시 정상적인(?) 스파이물로의 회귀를 꾀한 것과 비슷한 포지션을 취해서 6편과 유사한 느낌을 주던 12탄 이었습니다.

중후반에 본드와 비키니(+티셔츠)차림의 멜리나를 모터 보트에 묶어서 끌어당기는 고문이 나오는데, 옛날에 피어 펙터라는 도전자들이 나와서 담력 시험을 하는 엽기적인 프로그램에서 보니 진짜로 그렇게 한 결과 여성 도전자들의 경우 순식간에 모두 비키니가 벗겨져 버렸는데(블러처리됨)...물론 그 프로에서처럼 미친 속도로 끌어대지는 않더군요.

제13탄은 작품 외적으로도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던 '옥토퍼시'로군요.



덧글

  • BaronSamdi 2015/05/17 11:35 #

    이야 이 시리즈 정말 좋네요. 저는 007을 별로 안 좋아해서 안 보고 있었는데 이 포스팅보고 언젠가 정주행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
  • 오오 2015/05/18 23:42 #

    24편이 제목부터 스펙터인데 스펙터가 암약하던 시절의 것들을 한번 쭉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도요.
    쭉 보다보니 24편의 기대치가 매우 올라갔습니다.
    블로펠드역도 명배우인 크리스토프 발츠가 맡는다고 하는 것 같구요(신비주의도 부활해서 그런지 안알려주고 있는 듯).
  • rumic71 2015/05/18 20:53 #

    잉? 조린이 브로펠드를?
  • 오오 2015/05/18 23:43 #

    rumic71/ 수정했습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15/05/17 11:48 #

    아무리 정상적인 첩보물로 돌아갔어도 역시 로저 무어 007은 이미 첩보물이라기 보다 SF 액션물로 보고 있습니다. 숀 코너리의 007과 차별되는 점을 꼽으라면 첩모물이라기 보다는 근엄한 영국신사의 신나는 SF 과학물건이 동원된 액션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오오 2015/05/18 07:11 #

    특수 장비빨이 좀 더 있어주면 SF 모험 액션 활극스러운 면이 더 강조되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수 장비라고 하기 애매하게 멜리나껄 빌려 탄 해저 유적 조사용 잠수정은 있었지만...그 로터스 잠수함 본드카만 가져왔어도...
  • 세피아 2015/05/17 14:03 #

    아놔... 영감님... ㅋㅋㅋㅋ
  • 오오 2015/05/18 07:10 #

    과연 로저 무어표 007은 인륜을 위해 미성년자는 건드리지 않으시는 신사분이셨습니다.
  • rumic71 2015/05/18 21:03 #

    * 유명한 이야기지만, 저 묘지 장면이 나온 것은 로저 무어가 그만두려고 했기 때문에 새 본드가 나왔을 때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였지요.
    * 본작에서 노선변경이 된 것은, <문레이커>가 너무 오버였다는 제작자 자신들의 반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쉬나 이스턴은 본드 주제가 부른 가수 중에 유일하게 얼굴이 직접 나온 케이스입니다.
    * 007 중 유일하게 트랜스젠더 배우(캐럴라인 코시)가 출연해서 레알 본드걸보다 더 화제를 모았는데 실제로는 거의 알아볼 수 없습니다(수영장 장면에서 하얀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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