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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정주행 19 -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1999) 정주행 리포트

제19탄은 언리미티드입니다. 또(...) 갑부와 냉전의 잔재가 뒤엉킨 상황에서 슈퍼 스파이 본드가 활약하게 된다는 것인데 거기 복수와 치정 등이 같이 얽혀들어가는 전개입니다.

원제는 The World is Not Enough인데 한 단어로 표현해서(?) 언리미티드가 되었는지...번역 제목은 미묘한 듯. 이 문구는 본드 집안의 가훈입니다. 물론 악당들이 세상을 다 집어삼키겠다는 의미도 있겠죠.


이 영화는 본드걸이 포인트인데, 이름부터 무언가 부녀관계에 문제가 있어보이는 엘렉트라 킹이라는 여인입니다. 70년대생들에게 최고의 미녀 배우로 통하는 바로 그 소피 마르소입니다. 책받침을 많이 장식했죠. 지금도 책받침이라는 것이 널리 쓰이는지 모르겠군요.

석유왕 킹 가문의 외동딸로 어릴때 납치되었으나 미인계를 동원해서 자력으로 탈출했다는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엘렉트라 킹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했던 위험 인물이며 힘쓰는 악역이자 (페이크) 최종보스 레너드. 소련의 에이전트였으나 009의 총에 헤드샷을 당했는데 총알이 미묘한 곳으로 들어가서 고통을 못느끼게 되어 겁을 상실한 남자입니다. 극이 전개될수록 안습한 인물입니다. 실은 엘렉트라를 엄청 좋아했던 것 같거든요. 마치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 처럼. 그리고 자신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언데드? 사실 총알때문에 진단으로는 서서히 죽어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진짜 죽게되죠.

소피 마르소 등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캐릭터(+배우)라고 생각되는 크리스마스 존스 박사. 핵 물리학자이며 원자로나 핵탄두 관리 담당입니다. 이름가지고 놀리지 말라고 합니다. 근데 뭐 굿나잇이나 굿헤드, 푸시, 옥토푸시 등등 이상한 이름을 가진 여자가 이미 한두명이 아닌데... 당대 섹시스타인 데니스 리처즈가 연기했는데 다른 영화 볼 필요 없이 와일드 씽에 나온 모습만 봐도 엄청났죠. 스타쉽 트루퍼스에도 모범생 최연소 함장으로 나왔었구요.

근데 그정도인 분을 데려다가 이 영화에서는 그냥 자리채우기 처럼 만들고 말았습니다. 영화의 모든 캐릭터성은 소피 마르소의 엘렉트라 킹이 다 가져가버려서 크리스마스 박사는 그냥 개고생만 하면서 핵탄두 분해나 하고, 원자로 스위치 끄기, 마지막에 본드와 엔딩 장식 등의 전개상 땜빵 캐릭터가 되버리는 통에 기억에 별로 안남게 되었습니다. 다른 본드 영화에 나왔었다면 훨씬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을텐데...

초반에 본드는 킹이 잃어버린 5백만 달러(에 해당하는 파운드)를 되찾아 옵니다. 그런데 그 돈 자체가 폭탄이었고 MI6의 예쁜 본부 건물안에서 돈을 확인하던 킹은 폭사하고 맙니다. 

그 후 미치게 화려한 (본드)보트 추격전 끝에 본드걸 같아 보이는 여자 킬러를 몰아넣는데 성공한 본드지만 여자 킬러는 자폭해 버리고 본편이 시작되지요.

이 작품에서는 쥬디 덴치 M이 계속 병크를 저지르는데...킹과 학창시절 미묘한 관계였던데다가, 엘렉트라 납치사건에서 M이 몸값 지불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가 사건이 커져버린 전적이 있다보니 전작처럼 비정한 면모는 사라지고 엘렉트라에게 쩔쩔매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킹 석유회사는 유럽을 관통하는 석유 파이프를 건설중인데 경쟁사들의 방해가 만만치 않고, 아무래도 후계자인 엘렉트라도 테러를 당할 것 같으니 M은 본드에게 엘렉트라의 신변을 보호하라고 하는데...물론 본드와 엘렉트라는 가까워지고...

아무튼 엘렉트라의 경호원을 추적했더니 레너드도 나오고 갑자기 핵탄두도 나오고 골든 아이에 나왔던 과거 KGB지인을 족치니 그도 역시 연관이 있었고 뭐 그런식으로 사건이 커져만 가고...결국 송유관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는데 본드는 그게 엘렉트라의 자작극이라는 증거를 찾아냅니다.

후반부에 엘렉트라 킹은 최종보스로서의 본색을 드러내고 M과 본드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레너드에게 납치되었던 당시 M의 조언을 받은 아버지가 몸값 지불을 안해주는 사이 레너드와 친밀한 관계로 발전(?)해서 둘이 짜고 복수 겸 음모를 꾸민 것입니다. M에게는 복수를, 그리고 사업을 위해 타사 송유관이 이어지는 터키 지역을 훔친 핵탄두의 핵물질 + 탈취한 러시아 핵잠수함을 멜트다운시켜 오염시켜 버리려 한 것입니다. 그 이후는 송유관 독점. 핵탄두와 핵잠수함까지 탈취해야 되는 뭔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작전인데 아무튼 그렇답니다.

위 이미지는 일종의 고문기계로 저 뒤에 핸들을 5번 돌리면 상대는 목이 부러져 죽는다고 하는데 당연히 본드가 상대인 만큼 4회까지만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 운빨 만렙이 발동해서 탈출한 본드에게 엘렉트라는 주특기인 미인계를 써 봅니다만, 본드는 매회 여자를 바꾸는 것이 기본인지라 그 소피 마르소라 한들 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때는 크리스마스 박사라는 대안(?)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산만한 전개를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황당한 음모를 가진 악당과 본드의 대결+무지막지한 액션이라는 단순 명쾌한 전개가 아니라 악당들이 꾸민 음모는 사업도 성공하면서 사랑도 지키고(?) 복수도 한다는 식으로 여러가지를 한번에 노리려고 과하게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그게 정교하게 연출되었다면 멋졌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네요. 그 결과 복잡하다기 보다 조잡한 진행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사람 따라갔더니 갑자기 다른 음모가 있고, 그랬더니 얘도 연관되어 있었고, 또 쟤도 알고봤더니 연관되어 있고...테러인줄 알았는데 추적하니 갑자기 핵탄두를 빼돌리고 있다가 나중에는 핵잠수함까지 탈취하고 그런 식...러닝 타임에 제약이 있는 오락 영화로서 과유불급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소피 마르소가 매력적이긴 해도 너무 비중을 크게 준 것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존스 박사 캐릭터를 낭비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007 답게 상당한 액션을 보여주는데 초반부의 보트 추격 장면은 거의 보트가 뒤집어질정도의 아찔한 추격전을 보여주었고, 단골인 스키 액션도 위험했으며, 가지치기용 톱날(절삭력이 초합금 수준)을 장착한 헬기와 전투, 파이프 안에서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폭탄을 해체하는 장면, 좌초된 잠수함에서 레너드와의 최후의 대결 등등 007 답게 독창적인 상황에서의 극한 액션을 많이 보여줍니다. 산만한 스토리도 다 이런 극한 액션을 위한 전개였을지도 모르겠군요.

1999년 답게 밀레니엄 버그 얘기가 나오는 것도 포인트. 이게 20세기 마지막 본드로군요.

그리고 드디어 다음편은 여러모로 문제작으로 통하는 제20탄 어나더 데이입니다.


덧글

  • 블랙하트 2015/07/21 08:09 #

    '여왕폐하 대작전'에서 The World is Not Enough가 본드 가문의 가훈이라고 언급되는 장면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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