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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정주행 20 -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 2002) 정주행 리포트

대부분의 팬들에게 007 시리즈 중에 최악의 영화로 꼽히고,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병맛이 수배 증폭되어 더욱 괴망작으로 느껴지고, 또다시 007시리즈를 동면에 들어가게 했던 피어스 브로스넌표 007의 마지막 작품인 제 20탄 어나더데이까지 왔군요. 특히 이건 당시 안보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때 저는 동생이랑 당당히 극장에 가서 본-그리고 보고 나서 어이를 상실했던-최초의 007영화여서 더욱 기억에 남는군요. 감독은 뉴질랜드의 전사의 후예(?)인 마오리 혼혈 리 타마호리입니다.

당시 북한과 화해 무드가 절정에 이르고 있을 때인데, 하필 악당이 북한 출신으로 설정되어 많은 구설수에 올랐죠. 그리고 007영화가 리얼리티나 고증은 어느정도 접어두고 들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으나, 이건 좀 과하게 황당무계하게 나가는 영화인데다가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 특유의 엉터리 고증이 더욱 더 도드라져 보이므로 대략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리고 가장 진지한 핵심 대사들이 문화어로 된 부분이 있는데 한국인 입장에서 들으면 괴랄한 발음과 엑센트로 분위기를 깨서 더욱 병맛이 넘치게 되지요. 당시 극장 개봉 및 DVD 초판은 국내용은 재더빙으로 극복했지만...이번에 제가 본 것은 드디어 원판(...)이다보니...

총열신은 특이하게도 총탄이 총열 안으로 파고듭니다. 뭔가 쌈마이스러운 정서가 살아있습니다. 이 영화는 과거 007의 수많은 장면을 인용하면서 거기에 B급 엽기 정서가 많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화려한 파도타기 장면이 나오는데 본격적인 파도타기는 007 시리즈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액션 같아요. 그러나 한국은 파도타기 할만한 곳이...뉴질랜드는 코로만델(나니아 촬영지) 등이 있다지만...옥토퍼시의 오프닝처럼 007이 어설픈 콧수염 변장을 하고 적국인 북한에 침입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조린과 비슷한 북한의 엘리트 (낙하산) 장교인 문대령을 만나게 되는데...

나한태 잔소리하면 어트케대는지 알지?

옥스포드 등에서 유학을 했다고 하니 알고보면 본드의 후배일지도 모르겠군요. 자본주의 물을 좀 많이 드셔서 돈맛을 아는데 이상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북한의 최첨단 병기(...)를 밀수출+다이아몬드 밀수)해서 고급차를 수집하는 등 북한인 치고 매우 황당한 인물입니다. 하기야 그의 황당함은 시작에 불과하죠. 초반에 본드에게 당해서 폭포 아래로 추락해서 리타이어하지만...

G.I.Joe가 아니라 본드 영화 맞습니다

유전자 조작(...)시술에 의해 아예 다른 배우로 교체되어 돌아옵니다. 블로펠드의 성형? 그딴 것은 과거의 기술이죠. 이 모습은 구스타브 그레이브스라는 가명을 씁니다. 조린+골드핑거+블로펠드+맥시밀리언 라르고의 괴상한 부분과 이상 성격을 합체 강화한 것 같은 인물입니다. 하는 짓은 역시 괴작으로 통하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때의 블로펠드랑 똑같이 겉으로는 유망전도한 사업같이 위장하고 다이아몬드 밀수를 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시술의 부작용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그걸 워커홀릭처럼 광고하고 실제로도 승부욕이 미친듯이 강해서 별 상관이 없나봅니다.

그의 절친인 자오(이름이...북한 사람 맞나?). 다이아몬드 밀수과정에서 본드가 폭탄을 터뜨려 얼굴에 다이아몬드를 박고 삽니다. 왜 안빼는지는 모르겠군요. 비상금일지도...

포기 안조쿤(보기 안좋군).

그도 유전자 시술을 받는데 시술 도중 난입한 본드와의 대결로 인해 만들다 말았다같은 모습이 되어 저렇게 되었습니다. 배우가 교포입니다만 한국어 대사의 엑센트가 강해서 한국인 입장에서 그의 진지한 대사(+ 구스타브의 진지한 대사)를 들으면 비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어와 일부 언어 특유의 ㅂㅃㅍ구분이 어색해서 위처럼 포기 안조쿤 같은 진지한 장면에서 웃기는 엑센트가 나오죠.

설정상 능력치는 최상이라 북한의 본드급으로 보면 될 것 같네요.

문대령의 아버지이자 온건파인 문장군. 아들의 원수인 본드를 고문하지만 나쁜 이미지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고골장군에서 개그만 뺀 것 같은 캐릭터인데,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분이 문화어(?)하면 바로 뒤집어지게 되지요. 한국인이라면 이분이 뭐라 했는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북한은 지금껏 본드가 상대했던 여러 적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자오는 변장한 본드의 정체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본드는 문대령을 리타이어 시키지만 바로 문장군에게 붙잡혀서 14개월(=오프닝)동안 전갈독, 물고문, 전기고문등을 당합니다. 나름 본드걸(?)인 북한의 여성 요원이 고문을 하지요. 원래 에이전트라면 자살 캅셀을 갖고 있어야 되지만, 본드는 그딴것은 버리고 가기 때문에 그냥 고문을 당합니다. 언제나 여유있던 피어스 브로스넌표 본드가 거지꼴이 되는 장면이 백미(?)입니다.

14개월 후 자오와 맞교환으로 풀려나고, 풀려나자마자 M은 본드의 살인 면허를 정지시키지만...본드가 그런 것에 굴할 인물이 아니죠. 혼자서 북한 놈들의 음모를 캐러 다닙니다.

그때 만나게 되는 메인 본드걸. 할 베리의 징크스입니다. 살인 번호의 본드걸의 등장 장면을 오마주해서 비키니 차림으로 물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등장하는데...이때가 할 베리의 최전성기 아니었나 싶게 멋진 몸매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 영화로 인한 이미지 다운과 이어서 캣 우먼등에 출연해서 스스로 평판을 깎아먹어 안습한 느낌이 드는 배우입니다. 여기서는 NSA요원으로 등장하며 구스타브에게 유전사 시술을 해 준 의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본드와 만나게 됩니다.


2015년에 보면 정말 무서운 여인으로 보일 수 있는 미란다 프로스트(로즈문드 파이크). 지금이라면 잠자리가 아주 무섭겠...지만 어나더데이에서는 본드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본드걸입니다. 구스타브에게 접근한 펜싱 메달리스트이며 MI6 요원이지만 사실은 문대령의 여친으로 악당계 본드걸이죠. 메인 본드걸 징크스의 상대역이며, 펜싱 메달리스트답게 전투력이 상당하고, MI6를 북한 앞에서 바보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사실 여기서도 무서운 여인 맞군요. 문대령과 똑같이 지독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답니다. 프로스트...X맨이나 겨울왕국(특히 북유럽판)이 생각나기도 하는 이름입니다.

전사의 후예 미스터 킬. 오드잡 비슷한 힘좀 쓰시는 분으로 나옵니다. 극장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얼굴과 차림새를 보니 뭔가 뉴질랜드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 뉴질랜드 출신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오크역을 단골로 맡으신 로렌스 마코아레라는 배우였습니다.

이 장면도 골드핑거의 장면을 과장해서 재현한 레이저 절단 협박 장면입니다. 그때와 다르게 미스터 킬은 진짜로 레이저에 당하게 되지요.

중반의 무대가 되는 아이슬랜드에 이벤트를 위해 만든 구스타브의 얼음성입니다. 얼음성으로서 나름 주가를 올렸을...지 모르지만 지금 얼음성 하면 역시 겨울왕국의...

여기서 리빙 데이라이트의 빙판 카체이스 장면을 강화한 것 같은 카체이스가 나오는데 시리즈 최강의 본드카 배니쉬와 북한의 자오카(...)와의 대결입니다. 이게 이 영화 최고의 액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CGI비중이 꽤 되는 장면들의 경우 당시 기술의 한계인지 007 영화의 액션답지 않게 가벼운 느낌이 많이 들지만, 이 본드카와 자오카의 대결만큼은 진짜 위험하게 찍은 부분이 많은데다가 온갖 잡스러운 장비 대결이 벌어지기 때문에 확실한 볼거리입니다. 조수석의 탈출장치를 사출시켜 미사일을 피하면서 뒤집어진 본드카를 바로 잡는 장면이 백미이지요.

다이아몬드를 대량으로 빼돌려서 한 것은...

멍청한 노오옴! 
북조선의 과학력은 세계제일! 
이 이카루스는 말이다, 
우리 북조선의 비리와 지혜의 결정체, 
즉 모든 병기를 뛰어넘었다 이말이다! 

문대령이 개발한 위성 병기 태양광선포 이카루스입니다. 북한의 과학력은 세계제일! 이라고는 해도 이거 음모 자체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랑 다를바가 없는데...근데 이런 무시무시한 결전병기로 하는 짓의 스케일은 다릅니다.

저 가공할 병기로 남침을 위해 38선(!?) 비무장지대의 지뢰밭을 태우는데 씁니다. 저런 것까지 만들어서 겨우 지뢰나 태우다니 이게 참으로 어이가 없었는데, 뭐 시작은 이걸로 하고 남침후 누군가 방해를 하면 미국이고 뭐고 이카루스로 박살을 낸다고 말하니 넘어갑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직접 요격을 시도하지만 이카루스의 방어는 완벽해서 안통합니다. 이제 믿을 것은 007뿐입니다.

본드와 징크스는 그 유명한 창천1동대라 써진 위장복을 입고 북한에 투입되어 최종적으로는 구스타브 문대령이 자신의 강화복으로 개조한 이카루스 컨트롤러를 파괴하기 위해 그의 비행기에 잠입하고, 아들의 미친짓에 반기를 든 문장군은 아들에게 제거당하고...

또 러닝 타임이 다 되어 가므로 본드의 슈퍼 스파이 스킬이 발동되고 그 버프를 받은 징크스와 함께 구스타브 문대령과 미란다 프로스트를 족치고 멋지게 다이아몬드가 가득 실린 탈출용 헬리콥터로 탈출, 어딘가에 불시착에서 사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어딘가가 한국과는 매우 다르게 보이는 것이 함정-아무래도 연료가 충분했던 듯)

역시 괴작은 괴작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 것은 007시리즈에는 괴작이 제법 많다는 것이지요. 시리즈 내내 황당무계한 괴작과 진지한 작품이 섞여있고 이것은 그 황당무계한 면에서 나름 최고급의 경지에 이른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리 타마호리의 취향은 007에서 이런 황당무계한 작품들-두번 산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피어스 브로스넌표 본드는 황당 노선을 많이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그런 스타일을 더 원했을 수도 있구요. 거기 더해서 뉴질랜드 특유의 엽기 컨셉을 좋아하는 사조가 더해지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보이네요(뉴질랜드는 공익광고도 상당히 엽기 컨셉을 지향하더군요).

그리고 이 영화는 (특히 한국인 입장에서 볼때) 고증이 망했지만, 007시리즈가 사실 고증의 리얼함이라든가 그런것을 크게 안따지는 영화이므로 그냥 생각없이 포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한국 들어갔을 때 자주 봤던 광고중에 무슨 기가 인터넷 광고가 있었는데 그게 마오리 전통의 하카를 가지고 만든 것이던데, 우리도 하카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지 더 이상 생각 안하듯 그렇게 무성의하게 한 것 같아요. 마오리들도 그 광고 보면 어이없을지도 모르죠. 검색해 전사의 후예와 어나더 데이를 들어서 감독이 정치적으로 자세가 바뀌었다고 하는 얘기도 있던데, 그런것은 아니고 그냥 황당무계한 스타일을 엽기적으로 추구하면서 볼거리를 채워넣는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만들려고 한 것 같고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액션이나 그런 볼거리 면에서는 이전작들과 비교해볼때 상당합니다(문레이커를 능가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나더데이는 007 시리즈의 수많은 이전작들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지만, 그게 그냥 무의미한 반복같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으며,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요소는 별로 안느껴지는 것이 치명적인 마이너스 요소 같습니다. 모든 시리즈가 그 나름의 독창적인 장면이랄까 액션이랄까 이런 것이 하나씩은 존재했는데 이 영화는 파도타기 액션과 본드카 뒤집기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이전 시리즈에서 본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좋게 말하면 그냥 본드 스타일인데 싸구려가 된 느낌이죠.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엉터리 고증과 괴이한 발음과 엑센트로 인해 어이를 상실하게 되어 병맛이 가중되어 버리구요. 

그래서 별로 좋은 평가는 못받는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도 생각없이 볼만은 하지만 작품 자체로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되는군요. 결국 이 이후 본드 시리즈는 또 휴면기에 들어가게 되구요.


전통적으로 황당의 극을 달린 이후 자기 반성을 해서 리얼노선으로 되돌아오곤 하는 것이 본드 시리즈였던 만큼 4년정도 공백기를 가지고 또 다시 부활(세번산다!)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21탄 카지노 로얄이고...카지노 로얄은 imdb점수를 보니 현재 시리즈 전체에서 최고점(8.0)을 가지고 있을만큼 철치부심해서 만들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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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에 마돈나의 뮤직비디오가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없는 듯.

리 타마호리가 배우들의 연기를 잘 이끌어낸다(?)는데 괴상한 영화임에도 배우의 연기는 의외로 안정적인 편으로 보이더군요. 구스타브 역의 배우는 원래 연기력이 상당한데, 문제는 괴상망칙한 한국어가 나오면 깬다는 것(근데 자오보다 잘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연습은 많이 하신 것으로 보임)...

주로 피어스 브로스넌표 본드가 위기상황 극복 후 썰렁한 농담을 던지는 것이 강화되었었는데 이 영화는 한술 더 떠서 모든 주요캐릭터가 썰렁한 (영국식?) 농담을 수시로 던집니다.




덧글

  • rumic71 2015/06/06 18:42 #

    그런데 절묘하게, 인민군 하전사들의 억양과 발음은 거의 완벽했습니다.
  • rumic71 2015/06/06 20:49 #

    그리고 피어스는 여기 와서 간신히 본드다운 관록이 붙어 보였습니다.
  • 오오 2015/06/07 01:02 #

    대충 유학생들이 알바로 엑스트라 인민군역을 해서 그런 것 같더군요.
  • 까마귀옹 2015/06/06 19:56 #

    징크스인지 저주(?)인지, 할리우드에서 북한&북한계 인사를 빌런으로 등장시킨 영화치고 제대로 만든 작품이 없더군요. 남한 쪽의 경우엔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 몇개 있긴 한데.
  • 오오 2015/06/07 01:07 #

    김정일이 직접 등장한 팀 아메리카가 제일 괜찮았던 듯 합니다.
    특히 김정일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리를 노래로 풀어낸 부분이...
    그러나 그 이전에 작품 자체가 엽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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