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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Zootopia, 2016) 10여년전의 악몽(?)을 씻어내다. 영화만 보고 사나

부활절 연휴기간에 맞춘 특별 선개봉(이라지만 세계적으로는 엄청 느린 개봉-정식 뉴질랜드 개봉일은 4월 7일)을 해서 바로 보러 갔습니다. 인간 사회를 동물로 바꿔서 차이와 차별에 대해 다루는 현대적인 우화...라는 얘기는 너무 많이 나왔으니 넘어가지요. 저부터도 스포일러를 아주 많이 당하고(일부는 일부러) 본 지라 그점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재미가 없을 것 같군요.

글 제목에 10여년 전의 악몽(?)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바로...

치킨리틀(2005) 입니다. 당시 이 작품을 극장에서 봤을 때 받은 충격적인 실망감은 잊을 수가 없네요.

기술적인 부분도 타사(픽사나 드림웍스) 대비 처지는 수준인데다 작품 외적으로도 문제가 많았고(픽사와 관계가 틀어졌던 시기) 캐릭터도 매력이 없음은 물론 내용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어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특유의 장점(캐릭터의 압도적인 연기력에서 나오는 매력)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운동을 못하거나(돼지 런트), 외모가 처지거나(오리 '애비'), 키가 작거나(치킨 리틀), 말이 안통하거나(피쉬)하는 것 때문에 주인공 일행이 당하는 차별(왕따)을 반복적으로 웃음의 재료로 삼는 것이 아주 안좋은 쪽으로 인상적이었죠. 당시 제가 막 해외생활을 하기 시작한 때라 더 그런 것이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이 작품 이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는 것을 몇년간 끊었던 기억이 납니다(그래서 극장에서 라푼젤을 놓친 것이 실수).

치킨리틀은 디즈니 흑역사 최후의 작품일겁니다. 이 작품 이후는 (스티브 잡스의 뒷공작에 의해) 픽사를 인수하고 존 라세터가 수장이 되면서 부활에 성공하죠. 그때 존 라세터가 복귀해서 애니메이터들을 면담해보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뭐가 재밌는 건지 모르게 되었어요" 이런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런 영화가 나올만 하지요.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토피아로 돌아와 보면...

아, 뭐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겠네요.

특히 웥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모회사돈즈니의 강력한 자본력에 의해) 기술적인 진보로 표현력이 뒷받침되면서 '겨울왕국'부터 확실하게 3D에서도 자신들의 철학인 "캐릭터의 감정을 애니메이트"하는 것이 가능해 졌고, '라푼젤'이후부터 확실하게 2D적인 노하우와 감성을 녹여내는 제작 방식이 자리잡은 지금 다시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위 장면은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시골 토끼 주디가 최초로 주토피아 중심지에 도착한 순간의 모습입니다. 오랜 꿈이 성취되는 순간을 맞이한 주디의 숨막혀하는 저 표정은 관객들이 주토피아의 디테일한 모습을 처음 보면서 느끼게 되는 놀라움과 동기화되어 디즈니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애니메이트"하고 "캐릭터뿐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아주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다운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라면 저래야죠.

거기 더해서 착한 주제와 그걸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것을 보면, 10년전 치킨리틀의 악몽은 훌륭하게 극복했다고 봐야겠죠.
물론 그 극복은 훨씬 빨리 했지만, 주토피아와 유사한 설정을 가진 가장 최근의 작품이 치킨리틀이라 더 비교가 되었습니다.

다음 작품인 '모아나'에서도 과연 그들은 계속 자신들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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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뉴질랜드는 지역색을 넣기 위해 뉴스 아나운서가 코알라로 바뀐다고 했었는데, 제가 본 버전은 그냥 원본대로 무스가 나왔어요. 호주만 바꾼 것인지...약간 실망한 부분입니다.

헬렌 미렌이 주연한 영국드라마 프라임 서스펙트(시즌1)가 생각나는 셋업이기도 합니다. 거기서 헬렌 미렌여사는 실력있는 형사입니다만, 여자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나오지요.



덧글

  • Arcturus 2016/03/26 18:40 #

    그래픽도 좋았지만, "애니메이트"란 측면에서 정말 차원이 다른 발전을 이룬 작품이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예술에서는 불가능한,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표현을 아주 잘 나타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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