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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Split, 2016) 영화만 보고 사나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빼고 쓸 수가 없네요.


우선 보게된 계기부터 좀 엉성했습니다.

여기 극장에서 표를 싸게 팔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왠 떡이냐! 하면서 덥석 구매했는데...알고보니 2월중에 써야되는 건데 실제 사용하려 했던 영화인 '로건'은 3월 2일(오늘, 물론 예매중) 개봉이고...그래서 한장은 저번에 다룬 '그레이트 월'을 보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장은 아무 영화나 찍어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놉시스만 보고 아무 영화나 찍듯이 고른 영화가 바로 '23 아이덴티티(Split)'였죠. 시놉시스는 대충 이런식으로 써 있더군요.

"다중인격을 가진 납치범에게 납치된 소녀가 범인의 인격중에 자신을 도와줄 단 하나의 인격을 설득해서...(후략)"

그래서 납치된 소녀가 다중인격을 가진 납치범과 치밀한 두뇌게임을 펼치는 그런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포스터에 아포칼립스 선생의 취향때문에 대머리가 된 프로페서X...가 아니라 제임스 맥어보이가 나오길래 주연 배우가 제임스 맥어보이라는 것만 알았죠. 그정도만 알고 극장에 갔는데...

응? 감독이 M. 나이트 샤말란이었던 것입니다. 최근 망작을 연속으로 내셔서 이제는 완전히 믿고 거르는 감독 리스트에 올려버렸는데...?

아무튼 영화표를 샀으니 봐야죠.

초반부는 시놉시스에 나온 것과 비슷한 전개 + 등장인물중 한명인 박사님의 다중인격에 대한 (설정) 설명으로 기대했던 것과 비슷하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도움이 될 것 같았던 인격의 설득은 일찌감치 실패하고 숨겨진 24번째 인격 떡밥이 나오는 중반이 넘어가면서 시놉시스와 갈수록 다르게 전개되더군요. 변화된 전개 역시 대충 예상은 되는 것이었지만 M. 나이트 샤말란의 과거 전적으로 비춰볼때 예상보다 조금 덜 막나갔달까 싶은 부분도 좀 있고(손가락이 길다며?)...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갑자기 뜬금없이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해서 (개인적으로 M. 나이트 샤말란의 명작으로 치는) 언브레이커블 드립(?)을 치면서 끝나더군요. 

그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 이게 뭐야? 라는 벙찌는 느낌을 갖고 극장을 나왔죠. 예상했던 미친놈과의 심리전을 위주로 한 스릴넘치는 전개가 아니라 갑자기 정신병자의 중2병스러운 대사와 액션이 나오다가 막판에 다른 자기영화 드립으로 끝난다? 그런 미묘한 느낌을 받았죠. 하기야 감독의 이전 괴작들 보다는 좀 낫긴 했지만 뭔가 불만족스러웠어요. 마지막에 나온 언브레이커블 드립을 치는 깜짝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으니까요.

기대대로 이 영화는 여러 인격으로 변화하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가 제일 볼거리인데...진짜 미친놈과 가까이 있다면 느낄법한 당혹감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그러나 23(+1)가지 인격이 다 나오진 않고 그 중에 개성강한 열개 정도만 나오고 나머지는 이름만 있는 듯 해서 다소 영화가 설정(과 한국에서는 제목으로도)으로 허풍을 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이는 마치 과거 7가지로 변신한다는 무적로보 트라이다 G7을 봤더니 실제로 극중에 7가지 변형이 다 나오지도 않고, 두개는 딱 한 에피소드에만 나오더라는 것을 알았을 때와 비슷한?).

그런데 좀 알아보니까 이 영화는 단독으로 보면 안되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언브레이커블 드립이 깜짝 장면이나 장난삼아 넣은 드립이 아니었고, 이 영화 자체가 언브레이커블의 후속작 개념으로 만든 영화였기 때문이죠. 닉 퓨리...가 아니라 미스터 글래스 선생이 리타이어하고 새로운 수퍼빌런(인 미친놈)의 탄생을 다룬 영화였거든요. 그런 기획 의도를 알고나니 납득이 되는 영화였으며, 그 마지막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는 것은 영화의 기획의도에 맞춰보면 성공적으로 전달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저처럼 그냥 아무 영화나 찍다가 이걸 본 관객을 이거 한편만으로 납득시킬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인 듯 합니다. 연출상으로도 뭔가 좀 빠지는 부분이 느껴지며(어떤 인격의 결벽증 같은 것) 다중인격도 워낙 많이 다뤄진 소재다보니 신선함도 좀 떨어지는 면이 있고요.

그렇게 이 영화는 이전작인 언브레이커블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남득이 된다는 면에서 미묘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