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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 영화만 보고 사나


추억팔이 영화중 마지막으로 고른 것은 바로 '미녀와 야수'였습니다. 어차피 보기로 한거 표값은 신경 안쓰고 한국에서는 개봉 안했다는 포멧인 아이맥스3D로 봤습니다.

이 영화 얘기를 하기 전에 90년대 초로 돌아가서 1991년작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클래식 중 클래식인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미녀와 야수'와 제 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안할 수가 없겠군요. 당시 인어공주를 보고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에 푹 빠져있었기에 신작에 대한 기대를 잔뜩 하며 극장을 찾았습니다. 보통 기대가 크면...실망도 큰 경우가 많은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극장에서만 4번을 봤습니다. 그때 친구들에게도 이 영화를 꼭 봐야 된다고 영업을 해서 데리고 갔는데, 얘들이 늦게 와서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납니다(엥? 이거 완전 지난세기의 프폭...도...?). 그리고 5번째 보려고 했는데 종영을 했더군요. 종영 사실을 알고 너무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 후 20년도 더 지난 후에 5번과 6번째로 극장에서 봤습니다. 5번째 볼때는 겨울왕국이 한창 인기를 달리던 시기였고 그때 미녀와 야수를 극장에서 확장판으로 보게 되었는데 그 감동, 그 전율이 여전히 느껴지더군요. 아, 당연히 6번만 본 영화는 아니죠. VHS->LD->DVD(플래티넘)->BD(다이아몬드, 시그니처(배송중))로 사반세기를 넘어 풀코스로 제 인생을 함께한 그야말로 저의 인생 영화중 하나입니다. 다시 90년대 초의 얘기를 하자면 제가 4번을 극장에서 볼때 다른 극장 관객들도 전부 몰입해서 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크레딧이 올라올때는 박수가 터져나오더군요. 4번 모두 말이죠. 이건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영화였으니 말이죠(이게 다시 재현된 것은 겨울왕국?).

91년 원작의 경우 제작에 많은 난항을 겪었다고 전해집니다. 인어공주는 대성공을 했습니다만, 바로 다음 작품은 거의 잊혀진 작품이자 심지어 홍보를 포기하는 수준까지 이른 흥행 실패작 '코디와 생쥐 구조대'였고, 디즈니는 인어공주 스탭들에게 차기작 미녀와 야수 제작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을 했으나 그들이 만든 초기 결과물은 쓰레기로 폐기되어 제작비와 시간을 한참 날려먹은 상황에서 제작을 해야 했답니다. 더구나 사실상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제작 총 지휘 및 작사가인 고 하워드 애쉬맨도 위중한 상황...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의외로 기본에 충실해지며 빛을 발휘하는 작품들이 나오곤 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것은 이런 얘기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철학이 있다는데 그것은 "캐릭터의 움직임이 아니라 내면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라"라는 것과 "캐릭터가 아닌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라"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첫번째 기본에 극도로 충실했을 때 보는이들의 마음도 캐릭터들과 함께 움직이게 되어 진정으로 살아있는 영화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그 철학에 대해 듣고난 이후 항상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얼마나 그들의 철학에 충실했으며, 그로 인해 제 마음이 얼마나 캐릭터들과 함께 움직였는가로 평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미녀와 야수는 그런 기준으로 제가 꼽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그런 환상적인 마력을 지닌 애니메이션을 사반세기가 지나 최신의 기술로 실사(라고 하지만 과연 진정한 실사는 얼마나 될지 모름)로 재현했으니 관심이 안갈수 없죠.

그런데 과연 그 결과물은 어땠는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제 이성은 얘기하지만 제 감성은 또 그렇지 않네요. 영화 자체는 상당히 공들여서 만들어 졌고 91년의 클래식을 실사로서 충실히 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만화적인 부분들을 걷어내고 인간 드라마와 개연성이 추가되니 전체적으로 싱거운 느낌이 많이 들고 말았습니다.

일단 마음에 들었던 장점부터 얘기해 봅니다.

첫번째로는 과거의 명곡들이 충실하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배우들 중에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도 계시고 한데 오늘날의 명배우들이 다수 캐스팅 되어 원작의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네요. 단 엠마 왓슨의 벨 만큼은 이질적이었습니다. 

두번째는 최신의 기술로 2D 애니메이션에서는 재현이 불가능에 가까운 정교한 모습의 캐릭터로 거듭난 마법에 걸린 시종들. 루미에는 좀 너무 사람같은 체형으로 나오니 느낌이 덜한데 콕스워스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과거에는 그냥 시계에 얼굴이 달린 정도였는데(현실적으로 당시는 사람이 그리기 쉬워야되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트랜스포머에 나올법한 기계적이지만, 거기서 인간의 다양한 표정이 나오게끔 만들어졌더군요. 비중이 대폭 늘어난 옷장과 신캐릭터 피아노 선생도 마찬가지였구요. 당시도 최고의 기술이 투입되긴 했지만, 사반세기의 세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죠.

세번째는 전체적으로 훌륭한 캐스팅. 벨이 가장 불안하기는 했지만 딱히 불만은 없네요. 올라프르푸의 조쉬 개드는 물론 드라큐라 백작 개스톤 등등은 원작을 거의 완벽 재현했구요.

마지막으로는 일부 조연 캐릭터들의 캐릭터성 강화입니다. 아마도 르푸가 최대의 수혜자일 것입니다. 이미 올라프의 조쉬 개드가 캐스팅 된 것부터 강화는 예상되었지만...그의 성 정체성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원작에선 그냥 계속 쳐맞으며 몸개그를 치던 개스톤의 따까리에 불과했던 르푸가 여기서는 개스톤의 두고온 양심같은 존재로 격상되어 극의 감초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물론 비주얼적으로도 그 르푸랑 매우 비슷한 것은 덤. 주연들도 약간의 백스토리가 추가되었고 일부 시종들의 경우 인간쪽에 헤어진 가족이 있다는 설정 등등이 추가되어 마지막에 미녀와 야수만의 변화가 아닌 평범하지 않은 것을 못 참던 마을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어떤 점이 제게 싱겁게 다가왔는가를 말할 순서군요. 결정적인 것은 이 작품이 실사화 되며 아마도 원작의 만화적인 상상력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좀더 개연성을 추가하고자 한 부분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원작의 경우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괴이한 부분이 없지 않죠. 그래서 아마도 제작진은 원작을 분석하며 원작의 개연성 부분을 보완대상으로 생각하고 그쪽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자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작의 만화적인 상상력이야 구현 방법 자체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구요(개스톤이 달걀을 네댓판 먹는다는 것을 원작의 그것처럼 만들 순 없었겠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원작의 가장 멋진 부분들을 걷어내는 선택으로 이어진 것 같은 부분이 의외로 여럿 보여서 이 작품이 원작에 비해 많이 싱겁다고 다가온 것 같아요. 뭐 제작진이 저의 취향하고 매우 다른 것일 수도 있겠죠. 생각해 보면 실사화 하며 어쩔 수 없는 선택같긴 해도 아쉽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네요. 그랬던 부분들중 일부를 예로 들자면...


제가 오프닝 곡인 Belle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바로 위 장면인데, 마을에서 벨과 말상대를 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렇다보니 양이라도 붙들고 얘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이런식으로 벨이 이 마을에서 상당히 외로운 존재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후 자신의 운명에 대한 중요한 복선이 되는 부분인데 나중에 직접적으로 Something There로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하워드 애쉬맨의 뮤지컬 가사 작법에 대한 접근법을 생각해 보면 아주 노린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장면을 실사판에서는 그냥 벨이 독백 비슷하게 걸어가며 하는 것으로 처리했더군요. 보다 이 부분을 강조했어야 되지 않나 싶어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OST를 먼저 들을 때 이 장면을 어떤식으로 표현할지 큰 기대를 했던 부분이다보니 실망이 컸습니다.

또 하나는 야수가 벨을 보내주는 장면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원작 미녀와 야수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이다보니 더욱 유심히 보게 되었죠. 트레일러를 통해 또 다른 명장면이라 생각하는 늑대에게 쓰러진 야수를 버리고 갈 것인지 잠시 망설이던 벨의 표정의 경우는 그런대로 잘 재현한 것 같길래 이 장면 역시 기대를 했었죠. 그러나...


원작에서는 단 몇초만으로 표현된 복잡한 야수의 감정변화, 그리고 결의로 이어지는 이 부분을 실사판에서는 야수가 노래 한곡조 뽑는 것으로 길게 바꿨더군요. 강렬한 인상을 주던 장면을 길게 바꿔 놓으니 제게는 너무나도 밋밋하게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그 외 시종들의 경우 디자인은 강화되었으나 캐릭터성은 미묘하게 분산/희석된 것도 강화된 인간 캐릭터들과 비교해서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꼰대스럽지만 허당인 콕스워스와 인간관계가 노련한 루미에 만담 콤비의 캐릭터성도 미미해진 것 같구요. 칩의 경우 원작에서는 벨과 모리스를 구하는 대활약을 하는데 실사판에선 벨과 모리스가 너무나 쉽게 자력으로 탈출하더군요.

그리고 신캐릭터(?)인 아가타의 경우 미묘합니다. 야수에게 내건 진실한 사랑을 깨달아야 된다는 조건도 그냥 허울이었고 사실은 버릇없던 왕자와 편견에 가득찬 마을사람들을 교화하고자 하는 빅 픽쳐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에 개입을 합니다. 아가타는 마지막 편집에서 더욱 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느낌을 주는데 장미가 먼저 지고 벨이 고백을 하는 것은 어째 순서가 맞지 않는 편집같은데...? 아마 감동적인 시종들의 고별사를 넣기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이런식으로 해 놓으니 벨과 야수가 서로의 편견과 시련을 극복했다는 느낌을 약화시키는 것 같더군요.

이처럼 영화 자체는 최선을 다해 만들어진 것 같음에도 제가 원작에서 느낀 강렬한 부분들이 실사화 되면서 많이 퇴색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참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아, 그리고 올라프로 유명한 조쉬 개드가 르푸로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정말 기대했던 장면이 있는데 바로 아래 장면인데...


아쉽게도 실사 올라프가 재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마을은 시간대가 겨울도 아니더군요(야수의 성에만 가끔 아가타의 초대를 받은 엘사가 놀러 오는 듯?).

아이맥스 3D의 효과가 가장 괜찮았던 장면은 원작과 다르게 야수가 던진 대포알급 눈덩이를 맞고 벨이 떡실신당하는 그 장면이었습니다. 설마 그걸 진짜로 맞을 줄은 몰랐어요.



덧글

  • 타마 2017/04/03 11:39 #

    음... 할거라면 완벽하게 원작재현을 했으면 싶었는데... 아쉬운점이 조금씩 있나 보네요.
    이걸 봐야하나...
  • 오오 2017/04/03 13:05 #

    저와 같이 생각하는 분들은 아마도 원작에 너무 애정을 갖다보니 그런 것이겠죠.
    그리고 완벽 재현을 하려면 가위로 똥침도 맞아야 되고 달걀 4, 5판 먹기도 해야되고 그런?
    팬을 떠나서 이 영화는 음악과 영상만으로도 한번은 볼만 합니다.
  • 타누키 2017/04/03 13:31 #

    오 저런 눈사람 장면이 있었군욬ㅋㅋㅋ
  • 오오 2017/04/03 17:19 #

    머리만 좀 자라주면 르푸의 또 다른 자아인 올라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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