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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Coco, 2017) - 스포주의 영화만 보고 사나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에 이어 픽사의 최신작 코코 얘기를 하려 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안하려고 하지만, 어떤 경우 스포일러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우려가 되신다면 뒤로가기를 해 주세요.

개봉 전에는 이상하게 짧게 나온 러닝타임(오류였던 듯)과 20분이 넘는 동시상영작 겨울왕국 단편으로 인해 작품이 잘못 나온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선공개된 남미에서 폭발적인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 기대를 갖게한 작품입니다.

기술적인 면은 3D 애니메이션을 개척한 픽사다보니 딱히 논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라 생략하지요. 그보다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역시 픽사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알려진대로 '죽은자의 날'이라는 멕시코의 명절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삶과 죽음을 주된 소재로 다루고 있죠. 사후세계의 디테일하면서 약간 모던한 설정은 팀버튼의 영화들이 생각나기도 해서 아주 특출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어디까지가 원래 멕시코에 있는 설정(?)인지는 모르겠군요.

그리고 이런저런 사후세계의 규칙들로 인해 인물들의 행동에 제약이 생기며 사건이 전개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올 부분 역시 이 영화 고유의 사후세계에 대한 설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죠. 그런데 역시 픽사답게 설명은 최소화하고 사건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관객들이 서사를 통해 자연스레 설정을 따라갈 수 있게 했더군요. 뒤로가면 적절하게 예상되는 시추에이션이 벌어지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걸 예상하더라도 상당한 인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 미구엘. 그런데 미구엘의 집안은 음악이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고조할아버지가 음악한다고 집을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후 혼자 남은 고조할머니가 억척스럽게 수제화 사업으로 가문을 일으킨 이후 고조할아버지의 얼굴은 영정사진에서도 뜯겨나가 존재가 지워져 버렸고, 가족들은 음악을 방사능 수준으로 혐오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치매가 온 증조할머니 (이분이 코코) 외에는 고조할아버지 얼굴을 기억하는 이도 없습니다.

미구엘은 콘서트 도중 사고로 사망한 유명한 가수 '어네스토 델 라 크루즈'를 동경하며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독학하여 '죽은자의 날'을 기념하는 음악 콘테스트에 참가하려 합니다. 그러나 참가 직전 할머니에게 걸려서 기타가 박살나고 말죠. 기타를 구해보려 노력하나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델 라 크루즈의 무덤에 놓인 그의 기타를 빌렸(?)지만...죽은 자의 물건을 훔친것으로 간주되어 저주를 받은 미구엘은 사후세계로 끌려들어가고 마는데...

이후에는 기대대로 사후세계에서 조상님들과 델 라 크루즈 등을 만나게 되고 제한시간 안에 저주를 풀어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사후세계를 구경하며 영화가 조금 루즈해지지 않는가 싶을때 강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마치 백 투더 퓨쳐처럼 미구엘은 조상님들의 다른 면들을 마주하게 되지요.

왜 먼저 개봉한 남미에서 남미뽕 버프가 있었을지 몰라도 그토록 강렬한 흥행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 영화입니다. 굿 다이노, 카3 등으로 최근 체면을 구긴(?) 픽사가 다시 솜씨를 보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 끝나고 생각해 보니 음악이 한 가문에서 아예 금지될 수 있는가는 조금 작위적인 설정이 아닌가 싶은데 보는 동안에는 그걸 느낄 수 없었네요.

동시상영작인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가족의 전통'이 참 많이 언급되네요. 디즈니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둘은 동시상영할 만한 연결고리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패밀리 트레디션 유니버스?).

멕시코인들의 손에 의한 순혈(?) 죽은자의 날 애니메이션 'The Book Of Life'와 비교가 될 수도 있는데 일견 소재로 인해 비슷하게 보일지라도 따져보면 상당히 다른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크레딧을 보면 멕시코 문화에 대한 수많은 자문위원들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최대한 제대로 다루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리고 역시 존 라세터 이름이 거시기했는데(미구엘이 키스장면을 보고 역겨워(?)하는 장면이 더욱 더)...



덧글

  • Arcturus 2018/01/10 23:10 #

    오늘 관람했습니다:) 압도적인 걸작이네요. 희대의 눈호강, 귀호강 영화인 동시에 주제의식과 스토리텔링도 초절정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걸 보니 더더욱 존 라세터가 미워지는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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