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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맹장염(급성 충수염)수술 받은 썰을 풀어 봅니다 타지에서의 삶


2011년 6월의 어느 금요일 아침, 갑자기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 아랫배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며 몸살같은 증상이 있어서 병가를 냅니다. 한두시간 누워있었더니 괜찮아 져서 별것 아닌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사실은 이때 병원에 갔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토요일 아침...

비슷하지만 더 강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잠시 그때 상황을 설명하자면, 집에 혼자 있습니다. 와이프는 며칠 전 한국에서 돌아왔지만 코로나19 격리시설에 있어서 5일쯤 지나야 집에 옵니다. 그리고 저는 뉴질랜드로 이민온지 거의 20년이 다되어 가지만 병원에 (제가 아파서)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이곳은 주치의 제도라고 특정 병원의 의사를 지정해서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저는 그 조차도 안되어 있는 상황이었죠.

당시 느낌상으로는 오른쪽 등쪽에서 통증이 심한 것 같고 혈뇨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요로 결석을 의심했죠. 당시 다이어트를 빡세게 마무리 하는 중이라 단백질 과잉 섭취가 의심되기도 했고...

그래서 미련하게 조금만 더 참아보기로 합니다.

사실은 이때 병원에 갔어야 합니다(2).

바로 111로 전화 걸었어야 하는데...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 정말 정말 심한 복통이 왔습니다. 잠시 기절(?)한 것 같은데 그 고비(!?)를 넘기니 오히려 상태가 호전된 듯 합니다(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짐).

사실은 이때 병원에 갔어야 합니다(3).

아무튼 참을만 해 져서 그냥 있어봅니다. 다행히 지인에게 연락해서 내일까지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때 병원에 갔어야 합니다(4).

다음날(일요일)은 토요일보다는 심하지 않지만 여전히 불편해서 지인과 병원에 가보기로 합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대충 입력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런 저런 검사를 받습니다. 그때까지도 요로결석이려니 하고 있었습니다만...

정말 여러 시간이 지난 후 의사가 와서 맹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이니 수술을 해야 될 것 같답니다. 맹장은 이미 터진 상태...그렇습니다. 이게 기절할 만한 통중이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좀 증세가 호전되게 느껴지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30여년 전 동생이 맹장 수술받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다행히(?) 그때 이후 의료기술이 발전되어 복강경이라는 방법이 생겼더군요.

의사양반은 일단은 복강경으로 시도해 보겠지만 터진 만큼 그걸로는 안될 수도 있으며 그때는 개복, 최악의 경우는 대장 일부를 절제해야 한다고 겁을 주는군요. 뭐 일단 터진 이상 도리가 없으니 대충 상담 후 서류에 서명을 합니다.

그리고 꽤 긴 기다림이 이어집니다. 응급실 옆자리에 어떤 여자분은 통증이 심한지 계속 S***, F*** 하며 울고 있습니다. (요로결석인가?) 그리고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 수술 대기실로 옮겨집니다. 수술 대기실에서 정말 오래 기다린 것 같아요. 졸린데 언제 수술 시작할 지 몰라서 어쩌지도 못하고, 내 물건은 이미 다 일반 병실로 치워버려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기다릴 수 밖에 없더군요. 의외로 불안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아무튼 일요일 밤 10시쯤 되어 수술실로 갑니다. 수술대는 차갑군요.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산소 마스크 같은 것을 쓰게 한 뒤 심호흡을 10번 하라고 합니다. 예상대로 9까지는 기억이 납니다만...

...

눈을 떠 보니 낯선 천장(...)입니다. 저기 보니 간호사 둘이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시간은 자정 조금 넘은 시각이군요. 일단 수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보기 위해 배를 까 봅니다.

다행히 긴 상처가 아니라 구멍 3개만 나 있습니다. 다행히 복강경으로 성공했다는 의미로군요. 주말 자정에 수술해 주신 의사양반들에게 감사합니다.

일반 병실로 옮겨져서 좀더 확인해 보니 호스가 두군데 꽂혀있습니다. 하나는 왼쪽 배, 또 하나는 요도(...). 그리고 좀더 자세히 보니 음모를 대충 반만 밀었더라구요. 그래도 맹장 터졌던 마당에 이런거 따질 겨를은 없지요.

수시간 뒤 간호사가 요도 호스를 제거해 주는데...아...이모씨가 했다는 볼펜심 고문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간접 체험을 했습니다. 직후 여러시간동안 소변보기가 정말 어렵더라구요.

그리고 얼마 뒤 드레인(왼쪽 복부) 호스도 제거합니다. 샤워를 해도 된다네요.

다음날 아침에 갑자기 뜬 색이 다른 알통몬! 너는 이제부터 Appendix 다.

수술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소변 검사를 받는 것이었는데, 소변을 큼직한 통에 모은 뒤 제출합니다. 그러면 간호사가 와서 방광을 초음파로 검사하고 방광이 충분히 비어있지 않으면 더 해보라며 퇴짜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소변 볼때마다 호스 꽂았던 것 때문에 오는 찌르는 듯한 통증 + 아랫배에 힘주기 어려움 등이 겹쳐서 4, 5 번은 시도했던 것 같아요. 월요일 저녁 늦게 어거지로 겨우 합격(?)합니다.

하필 이때 담당했던 분은 젊은 여자 간호사였는데 고생하셨습니다.

그 이후 의사가 와서 빨리 퇴원하라고...했지만 집에 사람도 없고 해서 좀더 있겠다고 합니다.
일반 병실에서 앞자리 분이 노트북을 가져다가 동영상을 소리를 크게하고 보더라구요. 그게 좀 괴로웠습니다.
아무래도 좀 큰 수술을 기다리는 중 같았는데, 그냥 참아주기로 했습니다. 

의사가 와서 맹장 터졌던 사진도 보여주고 브리핑을 했는데 내 몸속을 들어다 보니 기분이 묘하군요.

화요일 아침에 퇴원을 해서 집에 갑니다. 도중에 처방받은 항생제, 변비약, 진통제 등등을 타서 갑니다.

집에 가서 아프니까 할 일이 없더라구요. 저번에 ISP바꾸며 받았던 아마존 프라임 1년 구독권을 이때 씁니다. 

나름 저 생각좀 해보라는 짤로 유명한 Invincible을 정주행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받았던 병원에 간호 조무사로 있던 친구가 와이프가 집에 오기 전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수술 후 일반 의사(주치의)에게 인계되는데 처음에 항생제를 너무 빨리 끊어서 이후 감염이 발생해서 발열/오한 등으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다른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해 주니 바로 괜찮아 지더라구요. 회사에 잠시 들러서 물건을 가져오는데 운동능력이 매우 저하되어 걷는 속도가 2.8km/h 수준이 됨(직전에는 5.5km/h 정도). 당연히 귀국한 와이프 짐 들어주는 것 같은건 못하고...

돌아보면...

건강한 상태에서 병원에 가게 되었고, 이때 N-방역이 매우 잘나갈 때라 락다운 그런거 없었던 것이 다행입니다. 

증상이 있기 전 변비가 심했습니다. 특히 변이 매우 가늘고 이상하게 끈끈했습니다(물을 내려도 심각하게 자국을 남김). 
링 피트 허리 숙이기가 오른쪽으로만 잘 안된 것 같은데 설마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자세 문제가 더 중요했던 듯)

발병 직전에 머리를 자른 뒤 사진을 가족에게 보냈는데 얼굴을 보더니 병자(...)냐고 하더라구요. 병자 맞았습니다.
수술 후 체중이 엄청 줄어서(근손실?) 63kg까지 찍었는데 지금은 70kg으로 늘었...

더 이상 동생에게 맹장 없다고 놀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변비 약은 딱 한번 먹고 잔뜩 남았는데 처치 곤란...

마지막으로 이번에 뉴질랜드의 의료 체제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겪은 듯 합니다.
좋은 건 응급 상황에서는 잘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수술 관련된 건 완전 무료. 수술 이후 종합적인 초음파 검사도 받게 했는데 그것도 무료...

그러나 주치의로 인계된 이후는 단점이 드러나는데, 일단 비쌉니다. 예약 잡는 것도 일입니다.

몸으로 얻게 된 교훈은 아프면 참지 말고 바로 병원 가야 됩니다. 
그게 편합니다.



덧글

  • Semilla 2021/10/14 13:40 #

    아이고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무사히 수술 받으시고 회복하셔서 다행입니다.
  • 오오 2021/10/15 10:43 #

    감사합니다. 유아때 제외하면 인생 최초 병원 신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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